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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안에 철제 가림막이 한동안 높게 쳐졌다가 걷혀 있다. 일층 바닥 콘크리트 위로 철근이 삐죽 솟아 주위의 그늘을 얽을 것만 같다. 부서진 것들을 실어내고 새로 들어서는 건물, 그리고 아직 걷어치울 수 없는 시멘트 틈의 털별꽃아재비, 햇볕에 허가를 받은 마지막 입주였던 것인지. 유리 조각과 찌그러진 캔, 검은 비닐봉지가 뒤섞인 그 자리에서 노란 꽃이 내 눈빛을 철거해 간다.
살아온 몸을 헐어 치우는 일도 그러할까. 세상과의 미련을 끊어내기 위하여 인연을 완전히 차단하고 분리하는 것. 그러면서 마음 안에 들어가 스스로 그립던 날들을 뜯어내고, 절망 따위를 폐기하는 것. 죽음이란 한 사람이라는 구조체를 부숴 시간 밖으로 반출하는 것이라고. 한차례 바람에 먼지가 나를 뒤덮어 온다. 일순 도괴되는 생각의 골조.
철거된 폐기물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한 적 있다.
공장에 가서 재생되거나 소각된다는 것보다
사람의 체취가 어디에 가닿는 건지.
먼지 낀 눈을 비비며 골목을 나서는데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