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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주문한 점심 메뉴를 기다리는데 식탁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회원분들에게는 점잖은 국장님이, 파리 삼 센티미터 위로 손을 잽싸게 뻗어 휙 낚아채더니 공중에 손을 두어 번 빙빙 돌려 바닥에 탁 내던진다. 그리고 꾹 왼쪽 구두 밑창으로 밟은 뒤 팔짱을 끼고 나를 본다. 그래, 솔직히 말해 봐. 불만이 뭐냐? 왜 너만 따라오고 다른 직원은 딴 식당으로 가냐? 내가 산다고 했잖아.
그러고 보면 시간이 내게 곤혹을 대신 치러주는 일도 있다. 지난날이 생색을 내면서 한 장면을 오래 떠올리게 한다. 가령, 다들 웃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면 한순간 무표정이 되어 각자 자리로 흩어지던 거. 어쩔 수 없이 나도 의자에 앉았을 때 키보드 틈에 꽂혀 있던 메모지, '미안해요. 제 뜻이 아니에요.' 필체가 나약한 고백이 될 때 장면은 도약한다. 사소한 흉금이 하나의 무구와 내통하고, 모든 경위가 십일월 플라타너스 잎들처럼 덧없이 몰려간다.
가끔 꿈속에서 출근은 계속되고
국장님은 나였다가 그분이었다가 죽은 친구가 되어
찌개가 나오자 소주 한 병을 주문한 뒤
반반씩 마시자,
너 술 세잖아.
한 잔을 채우면 비 온 다음 날 아침 산속 소나무 내음이
한 잔을 비우면 불붙은 향불이 몇 번을 흔들어도 꺼지지 않는
밤
구두 밑창 같은
가위에
지그시 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