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밟고 돌아서서 떠난 사람의 자리,
허공에서 덜어낸 그 무게를 기억이 천천히 만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어루만지듯 조금 더 녹는 눈,
나무들이 두 손 들고 하늘을 향하면
그런 저녁 깃든 별들은 누군가의 생각 속에서 알전구를 매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카페 안을 구부정한 가로등이
무심히 들여다보는 밤
종소리가 조그맣고 빨갛게 이어지는 밤
타닥타닥 달아오른 장작난로처럼
추억 어디엔가 발그레한 볼이 손끝에 닿습니다
눈 위의 발자국이 모두 돌아간 새벽에도
눈 위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흰눈이 더 내리면 별의 체온으로
새벽까지 걸어가겠습니다
그리운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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