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피아노 가게를 지날 때마다
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바이엘이나 체르니는 끝마치기도 전에
모짜르트와 쇼팽까지 빼앗긴 채
형광등 불빛으로만 창백하게 웃자란 아이와
마주치게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담배불을 빌리러 다가온 아이에게
지갑을 빼앗기고 오물을 뒤집어 쓰게 되더라도
나는 울음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난 삶이 수챗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순간
신문을 끊고 우유를 끊고
자동차를 팔아치우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아이의 피아노를 지켜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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