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달간 축구 때문에
주먹 쥘 날이 많아질 것입니다.
저는 TV 앞이라 할지라도
발에서 땀이 나고
가끔 발이 움찔움찔 움직여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축구를 잘하느냐
그건 절대 아닙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악몽의 핸드링 반칙으로
우리 반이 졌을 때
수돗가에서 펑펑 울던 친구야,
그때 미안했다. 군 이등병 때
내내 행정업무라고 둘러대고
사무실로 피해 책 읽다가
병장이 되었다고 상대 골대 앞에서
패스패스! 외쳤던 미안한 말년도
생각납니다. 또 "버쳐축구3" 열심히 투자해
23연승을 달렸던 외롭고 쓸쓸한
일요일 오락실에서의 한때도
생각나고요. 머리에 붕대 칭칭 감은 후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들고,
상대편이 슛을 하면 온몸으로
슬라이딩하며 골을 막아냈던
눈물의 국가대표도 기억합니다.
축구공이 날아와 얼굴을 맞았거나
축구공으로 급소를 맞아본 사람은 압니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웅웅 진공상태가 지속되던
숨막힌 "앗!"의 순간,
그곳에 어쩌면 몸에 관한한
득도가 있고 은혜가 있고 해탈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쪼록 오늘부터라지요.
이젠 뉴턴의 제2법칙으로
한 달간 축구가 시간을 이끌 것입니다.
기왕이면 광화문에서 빨간옷 입고
펄쩍펄쩍 뛰다가 모르는 님과
포옹하는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한국축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