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0 22:35
빗방울 조회 수:194
문득 내가 그 산에 들어섰을 때 비릿한 물비린내 속 여름 굴참나무들 번쩍이는 은갈치를 달고 있었다 후득이며 떨어지는 빗방울 억수 속에서 산은 점점 물이 차올라 어머니의 바다 내 아가미로 들락거리던 깨꽃 같은 별똥별 자꾸 등줄기를 간질이던 불가사리, 해파리의 작은 움직임 꼬리지느러미 아래 초록의 비늘이 번뜩이고 둥근 봉분 속에 숨겨 놓은 비밀 오래 입 다문 비단조개가 제 몸을 연다 퇴적암 속 양치식물 움이 돋고 내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물고기 알 어린 치어들이 빗줄기를 거스른다 굴참나무 떫은 도토리 실하게 맺히고 있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다, 장옥관 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장독마다 물이 가득 차 있고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지 뭐예요 아가씨, 이상한 꿈이죠 아이들은 창가에서 눈 뜨고 냇물을 끌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가 치자나무 아래로 납줄갱이 세 마리가 헤엄쳐 온다 납줄갱이 등지느러미에 결 고운 선이 파르르 떨린다 아이들의 속눈썹이 하늘대며 물 위에 뜨고 아이들이 독을 가르며 냇가로 헤엄쳐 간다 독 속으로 스며드는 납줄갱이 밤 사이 독 속엔 거품이 가득찬다 치자향이 넘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새언니, 그건 고기알이었어요 냇가로 가고 싶은 아이들의 꿈 속에 스며든 것일 뿐 장마는 우리 꿈에 알을 슬어 놓고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 하고 아이들은 물 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하고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정화진 빗방울하고 어울리고 싶어요 깨금발로 깨금발로 놀고 싶어요 세상의 어깨도 통통 두드려주고 싶어요 ...낙숫물, 안도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한 방향이지 않다는 것...행복한 일일까요?... ...글루미 썬데이를 밀쳐두고... ...양철지붕을 우둑우둑 뜯어먹는 빗소리와 놀고 싶어지는... 비오는 일요일입니다...
2003.08.12 14:56
댓글 수정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