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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대한 생각 중

2003.08.10 22:35

빗방울 조회 수:119





문득 내가 그 산에 들어섰을 때

비릿한 물비린내 속 여름 굴참나무들

번쩍이는 은갈치를 달고 있었다

후득이며 떨어지는 빗방울

억수 속에서 산은 점점 물이 차올라

어머니의 바다

내 아가미로 들락거리던 깨꽃 같은 별똥별

자꾸 등줄기를 간질이던

불가사리, 해파리의 작은 움직임

꼬리지느러미 아래 초록의 비늘이 번뜩이고

둥근 봉분 속에 숨겨 놓은 비밀

오래 입 다문 비단조개가 제 몸을 연다

퇴적암 속 양치식물 움이 돋고

내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물고기 알

어린 치어들이 빗줄기를 거스른다

굴참나무 떫은 도토리 실하게 맺히고 있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다, 장옥관



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장독마다 물이 가득 차 있고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지 뭐예요

아가씨, 이상한 꿈이죠



아이들은 창가에서 눈 뜨고

냇물을 끌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가 치자나무 아래로

납줄갱이 세 마리가 헤엄쳐 온다

납줄갱이 등지느러미에 결 고운 선이 파르르

떨린다 아이들의 속눈썹이 하늘대며 물 위에 뜨고

아이들이 독을 가르며 냇가로 헤엄쳐 간다

독 속으로 스며드는 납줄갱이

밤 사이 독 속엔 거품이 가득찬다

치자향이 넘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새언니, 그건 고기알이었어요

냇가로 가고 싶은 아이들의 꿈 속에 스며든 것일 뿐

장마는 우리 꿈에 알을 슬어 놓고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 하고

아이들은 물 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하고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정화진




빗방울하고 어울리고 싶어요

깨금발로 깨금발로 놀고 싶어요

세상의 어깨도 통통 두드려주고 싶어요


...낙숫물, 안도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한 방향이지 않다는 것...행복한 일일까요?...
...글루미 썬데이를 밀쳐두고... ...양철지붕을 우둑우둑 뜯어먹는 빗소리와 놀고 싶어지는... 비오는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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