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앨범에서 커다란 잉어를 낚은 윤시인의 사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흐뭇해져서,
그 근처 어딘가에서 나도 카메라를 들고
물안개를 내 망막 위에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우정도, 시도, 사랑도, 모두 물수제비 마냥 찰랑거리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계절 위를 건너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이렇게 오랜 침묵을 깨며 몇 자 적어보네.
한동안 누구의 집에도 가지 못했고
나의 집을 돌보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정처없이 떠돌던 길을 껴안아보지도 못했네.
지난 1년이 내겐 몇 년 만큼이나 길어서
돌아보면 물가에서 죽은 물고기들을 오래도록 만지작거린 기분.
그거 아나? 당신과 마주치는 술잔이
참 맑은 물 몇 모금 같다는 거.
고백엔 늘 서툴러서 그저 오늘밤 당신의 낚시가
당신의 남은 생 모두를 건져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잘 다녀오고, 언젠가 월척 앞에서 함께 찍을
한 장의 사진을 기약함세.
그날은 비가 너무 와서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수심 밑바닥에 귀를 대는 심해어처럼
수족관 같은 TV 앞에서 뻐금거렸다네. 가끔 情의 힘이란 술 그 자체를
새로운 배치로 탈영토화하고 우리를 끈의 관계로 접어들게 하지.
한 사람이 당기면 몇은 자연스럽게 이끌려와
넉넉한 저녁이 되는 것처럼.
그러게 나도 천 시인과 마시는 술은 쌉싸래한 취기 끝에 두근거리는 해방감이랄까.
약간 취해도 즐거운, 그런 기분이라네.
그리고 낚시 얘기는 아직도 유효하다네. 그러니
죽은 물고기들은 바빠서 오래도록 만지작거리지는 못할 걸세. ^^
여하간 만나서 반가웠고
도면에 물고기를 싸서 가방에 넣어도 되는 날 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