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당신의 낚시

2007.07.16 17:26

천서봉 조회 수:238 추천:2


작은 앨범에서 커다란 잉어를 낚은 윤시인의 사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흐뭇해져서,
그 근처 어딘가에서 나도 카메라를 들고
물안개를 내 망막 위에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우정도, 시도, 사랑도, 모두 물수제비 마냥 찰랑거리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계절 위를 건너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이렇게 오랜 침묵을 깨며 몇 자 적어보네.

한동안 누구의 집에도 가지 못했고
나의 집을 돌보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정처없이 떠돌던 길을 껴안아보지도 못했네.

지난 1년이 내겐 몇 년 만큼이나 길어서
돌아보면 물가에서 죽은 물고기들을 오래도록 만지작거린 기분.
그거 아나? 당신과 마주치는 술잔이
참 맑은 물 몇 모금 같다는 거.

고백엔 늘 서툴러서 그저 오늘밤 당신의 낚시가
당신의 남은 생 모두를 건져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잘 다녀오고, 언젠가 월척 앞에서 함께 찍을
한 장의 사진을 기약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