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국밥집」/ 정진규 / 『문학마당』 2003년 겨울호
성북동 국밥집
마당엔 초저녁부터 한 그루 밤나무가 뜨겁게 제 몸을 달구고 있었다
꽃 피고 있었다 바람나고 싶었다 성북동 단골 국밥집엘 저녁 먹으러
둘이서 들어가며 몇 번째나 되었지? 지지난 해 봄철부터였으니까 한
달에 두 번 꼴 그러니까 한 쉰 번은 넘었을 게야 男女도 몸 달구며 한
참을 허리 잡았다 꽃 피웠다 왜 그토록 웃었는지는 잘 아실 터이다 그
국밥집엘 단골로 드나든지가 그리 되었다
[감상]
적어도 두 겹 이상 의미가 포개어진 시입니다. 국밥집 밤나무가 발산하는 밤꽃향기에게서 비롯되는 의미망과, 남녀가 몸 달구며 꽃 피운 한 달에 두 번 꼴이라는 숫자. 혹은 그 대화를 엿듣는 화자. 밤나무에로의 감정이입이 그러하듯 욕망은 단골로 드나든 시기와 횟수에 맞물리면서 다의적인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시인에게 그 국밥집이 단골인 이유는 국밥의 맛에 있기도 하겠지만, 마당의 밤나무와 그 밤꽃을 닮은 이들의 속삭이는 향기에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