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윤훈 / 『문학마당』2003년 겨울호
첫사랑
숱한 자맥질……
폐경기의 여자가 수를 놓는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 아예 숨고 싶은 그녀를
인연(因緣)의 실이 놓질 않는다
잠시 서성이다 그녀는
바늘을 따라 팽팽한 경계를 뚫고 나온다
가슴이 아리다
땀땀이 피어나는
붉은 가시연꽃
초경의 비릿함이 확, 번진다
[감상]
폐경기 여자와 자수(刺繡), 그리고 추억하는 가슴 아린 첫사랑. 무늬가 생깁니다, 첫사랑의 무늬가 살아나 그 옛날 몸의 징후까지 후각으로 느껴집니다. 나는 얼마나 마음의 수를 놓아야 첫사랑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나, 첫 밤꽃향기 나는 그 달밤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