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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아픈 몸속일까 - 이나명

2003.12.26 15:38

윤성택 조회 수:1277 추천:209

「누구의 아픈 몸속일까」/ 이나명 / 『현대문학』2003년 11월호



        누구의 아픈 몸속일까
    
            
        스펀지가 물을 흠뻑 빨아들인다
        오래 참았던 울음처럼
        메말랐던 스펀지가 물에 닿을 때 온몸의 세포마다
        가득가득 차오르는 물소리
        이렇듯 차오른 물의 무게가 내 몸을 이루고 나는
        뜬금없는 슬픔의 무게에 눌려 내 몸을 주저앉힌다
        
        나는 또 오래도록 기다려야만 할까
        그 누가 나를 선 듯 들어올려 한 손에 꽉
        쥐어 짜줄까
        징징거리는 내 속의 물들이 몸 구멍마다 차올라
        출렁대며 부대끼며 넘치는 소리
        넘치는 내 속의 내가 한정 없이 요동치며
        그 누군가를 찾아가는 소리
        그렇게 흘러가버린 나를 찾아 또 수도 없는 내가
        철벅철벅 떠나가는 소리
        흘러가 누군가의 몸에 닿은 듯 실타래 같은 물의 뿌리들
        길게길게 뿌리 내리는 소리
        너무 아득해 부르지 못했던 너, 아니
        너무 가까워 볼 수 없었던 너
        너의 나를 칭칭 휘감아 돌며 치며 철썩대는 소리
        
        스펀지가 흠뻑 물을 빨아들이듯
        그들을 빨아들인다 내가 빨려든다
        누구의 아픈 몸속일까
        지금 여기는
        

[감상]
스펀지를 통해 눈물과 슬픔의 무게를 짐작해볼 수 있는 시입니다. 뜻밖의 비보에 그냥 맥없이 주저앉아 우는 이유가 '슬픔의 무게에 눌려'라는 발상. 눈물의 진원지가 나였으니, 나에게서 흘러간 눈물이 어디 마음까지 가있을까. 가슴 쪽에 귀를 대고 있으면 그 물소리 들릴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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