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서럽다》/ 이대흠 (1994년 『창작과비평』작품발표로 활동 시작) / 《창비시선》311
행복
삶은 빨래 너는데
치아 고른 당신의 미소 같은
햇살 오셨다
감잎처럼 순한 귀를 가진
당신 생각에
내 마음에
연둣물이 들었다
대숲과 솔숲은
막 빚은 공기를 듬뿍 주시고
찻잎 같은 새소리를
덤으로 주셨다
찻물이 붕어 눈알처럼
씌룽씌룽 끓고
당신이 가져다준
황차도 익었다
[감상]
행복은 감사한 마음에서 전해지는 온기만 같습니다. 편안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시인의 오감은 이러한 행복으로 한껏 열려 있습니다. 오셨다, 주셨다에서 알 수 있듯 ‘존칭’의 어법은 대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부각시키고 있고, 연갈이에서 보이는 여백은 행복이 스미는 틈만 같습니다. 시인만의 언어 ‘씌룽씌룽’도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언어를 시의 한 요소로 가져온다는 발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차를 마시듯 마음이 차분하게 우러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