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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이대흠

2011.03.18 15:58

윤성택 조회 수:3689 추천:182


《귀가 서럽다》/  이대흠 (1994년 『창작과비평』작품발표로 활동 시작) / 《창비시선》311

          행복

        삶은 빨래 너는데
        
        치아 고른 당신의 미소 같은

        햇살 오셨다

        감잎처럼 순한 귀를 가진

        당신 생각에
        
        내 마음에

        연둣물이 들었다

        대숲과 솔숲은
        
        막 빚은 공기를 듬뿍 주시고

        찻잎 같은 새소리를

        덤으로 주셨다

        찻물이 붕어 눈알처럼

        씌룽씌룽 끓고

        당신이 가져다준

        황차도 익었다


[감상]
행복은 감사한 마음에서 전해지는 온기만 같습니다. 편안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시인의 오감은 이러한 행복으로 한껏 열려 있습니다. 오셨다, 주셨다에서 알 수 있듯 ‘존칭’의 어법은 대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부각시키고 있고, 연갈이에서 보이는 여백은 행복이 스미는 틈만 같습니다. 시인만의 언어 ‘씌룽씌룽’도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언어를 시의 한 요소로 가져온다는 발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차를 마시듯 마음이 차분하게 우러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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