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금요일 」/ 문정영/ 《미네르바》 2004년 봄호
낯선 금요일
한 쪽 팔이 저리는 이유는 내가 그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다 미워하다 어느 사이 피가 돌지 않은 사랑을 한 것이다
그가 어두워지고, 내가 붉어지지 않는 날들은
물관이 잘린 나무의 꽃이 피지 않은 가지와 닮을 뿐이다
聖금요일, 내게 눈설게 다가오는 神의 이름을 불러본다
神은 내게 낯선 금요일이다, 말을 듣지 않는 한 쪽 날개를
부러뜨리고 억지 고해성사를 시키는 그는 사실 미움의
대상이 아니다 유행을 이끄는 누드의 사진, 거기에서 벌거벗고
뛰쳐나오는 이 시대의 얼굴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를 믿고
피 멈춘 사랑을 하고 있다니, 어제 내가 거울을 보고 한 행위는
무엇이란 말인가
[감상]
시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매력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시입니다. 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뇌혈관 장애로 한쪽이 마비된 중풍 환자가 떠올려지기도 하고, 한 몸에서 떨어져나간 사랑에 대한 직관 같기도 하고 모호한 듯 암시를 심어 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의 주된 정조가 '미움'에 대한 모색이라면 자위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부분은 애증의 다른 이름이겠다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의 무게가 이 시 전체를 받쳐주는 독특한 구조의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