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관한 명상 1」/ 한용국/ 《문학마당》 2003년 겨울호
새에 관한 명상 1
어느 하늘을 날던 새의 날개일까요
유리창에 낀 성에 속에
얼어 붙어 있습니다
창틀의 침묵은 얼마나 견고한지요
저도 저 창틀처럼 견뎌왔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써 보았습니다
잠시 문자의 흔적을 지니더니
이내 구불구불한 획으로 흘러내립니다
창문 저쪽으로 서서히 어두워지는
저녁하늘의 마음은
당신이 보여 주신 것이었지만
돌아간 새들의 야윈 발목이
뿌리내리는 곳은 어디입니까
보일러의 온도를 좀 내려놓겠습니다
선인장에도 물을 주어야겠지요
봄이 오면 가시가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감상]
그리하여 봄이 왔습니다. 꽃나무들은 제 몸의 상처를 열고 한 시절 피어날 것입니다. 창에 서리는 성에를 날개모양으로 바라보는 것이나, 그 창에 쓰는 이름, 그리고 흘러내리는 글자들까지 잔잔한 감성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날개와 당신 이름을 위해 보일러온도를 낮출 줄 아는 이 시인의 다음 시가 궁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