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홍연옥/ 《시안》 2004년 봄호 신인 당선작
퍼즐
조각 퍼즐을 맞추던 아이는
온 방안을 헤집다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잃어버린 조각의 빈자리가
퍼즐판 한가운데 휑하게 뚫려 있다
딸아이가 둘 딸린 남편을 처음 보셨을 때
아버지는 난생처음 내 뺨에 손바닥자국을 남기셨다
그 후로 퍼즐 한 조각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시더니
그 자리에 검은 종양을 심으셨다
암병동 한귀퉁이에서
퍼즐을 맞추다 다투는 나의 아이들을 보시던
아버지는 사뭇 조바심을 내셨다
(그렇게 집어던지면 영영 잃어버린다)
종양이 되어 돌아온 나와
낳지 않았어도 나를 닮은 나의 두 딸들과
뒤늦게 그 딸들의 동생이 된 나의 아들을
고단한 눈으로 퍼즐판에 끼워 맞추시던 아버지는
너무 자라서 맞지도 않는 종양 조각을
그대로 품어 안고 가셨다
시악이 난 아이가 퍼즐판 빈 자리에
행여 다른 것을 심을세라
나는 침대 밑에 숨어 있는 조각을 찾아
황급히 그 자리를 채워주었다
[감상]
이 시를 읽고 나서 한참동안 책상에서 턱을 괸 깍지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감동이 깊었던 탓일까요. 이 시를 지탱하는 진솔한 情으로 말미암아 메마르고 건조한 일상에 촉촉한 생기가 돕니다. 퍼즐을 종양으로 매치 시키는 통찰이 이 시가 사적인 얘기로 묻히지 않게 하는 은유의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금 詩가 인간의 영적 진화에 중요한 부분임을 새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