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새벽 공기

2013.07.26 13:42

윤성택 조회 수:689 추천:2



새벽에는 공기가 다르다. 나무에서 막 소출을 끝낸 것들이라고 해야 할까. 밤과 낮의 경계에서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밸브가 천천히 돌려지는 느낌. 태양은 회색 선글라스 끼고 전문가처럼 나무의 주위를 회전하며 골고루 그늘을 분사한다. 나에게 새벽은 시스템 곳곳 불이 들어오는 때이다. 약간의 허기와 혈의 뭉침과 생활의 결림. 무덤덤하게 쿵쾅이며 작동하는 심장에겐 새벽이 윤활유겠지. 그러나 심장이 심장을 깨닫는 순간, 호흡도 일이라는 것. 고단한 내장기관들은 또 어떤가, 부품의 교환없이 일생을 완주하는 끈덕진 것들. 자아를 장악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아침, 입을 벌려 치아를 살피고 눈동자 실핏줄을 확인하고 혓바닥을 본다. 내가 맞구나, 바뀌지는 않았어 라고 중얼거리듯 칫솔이 움직이고. 그러나 혹 어느 생과 뒤바뀐 줄도 모르고 오늘을 사는 건 아닐까. 여기 말고 다른 차원 수많은 아침이 실시간으로 나를 네트워킹해가는 상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0 안부 file 2013.11.26 2287
89 그대 생각 file 2013.10.25 994
88 가을 file 2013.10.17 2330
87 一泊 2013.10.10 960
86 2013.09.25 684
85 드라마 2013.09.23 688
84 대리 2013.09.13 672
83 2013.09.10 686
82 몸이 생각을 앓고 나면 2013.09.05 873
81 감도 2013.08.31 680
80 우울 2013.08.29 704
79 기도 2013.08.28 797
78 기로 2013.08.26 707
77 건널목 2013.08.22 712
76 타인이라는 도시 2013.08.22 799
75 순수 2013.08.19 707
74 열대야 2013.08.05 629
73 발굴 2013.07.31 666
» 새벽 공기 2013.07.26 689
71 추억과 벽 사이 file 2013.05.15 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