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시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추석이 왔다. 추석에는 어머니 사시는 고덕동에서 대치동 형님 집까지 올림픽 대로를 타고 갔다. 영동대교를 지나기 전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가 생각나, 그 노래를 부를까 하다가 아내가 한 소리 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러나 막 영동대교 밑을 지나자마자, 그 노래의 다음 구절인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가 입 속에서 터져 나왔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노래는 흐르고 있었다.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노래는 내가 영동대교 다리 밑을 지나가기를, 지나갈 때는 좀더 유치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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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는 너무 깍듯하고 공손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부류에 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어디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만 그랬을까. 너무 오랫동안 나는 시를 불편하게 만들어왔다.
...시작메모
...이성복
...늘...좀 더 많은 것을 돌아보는 시인이 되시길 감히 바래본다...
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