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델리를 사러 길 건너 슈퍼를 갔습니다.
때 아니게 훈제치킨이 먹고 싶었습니다.
2층에 있는 백두로 갔습니다
훈제치킨을 기다리는 데 소주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혼자서 참이슬을 반병가량 기우리고 있는데
누가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의자위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요델리며 딸기우유며 얼은 돈까스가 자울자울 졸고
그 보고싶은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때는
마지막잔을 손에 쥐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월장미가 꼬들꼬들 지고 있는 울타리를 지나서
서점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갔습니다.
'아기 철학자들'(시드니 미셸 사진/ 신현림 옮김)이
한참동안 내 손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냉혹하기도 하고 때로는 즐겁기도 한 코메디처럼
인생은 어차피 연기 아닌가요?-조지 산타야나-
참이슬 한병을 혼자서 다 마시기도 하는 이 유월의 저녁,
아기 철학자들을 만났습니다.
'만남'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술 한잔 해요?
누군가 어깨를 치면 저 술 못해요,
왜 나는 그럴까 그런저런 생각을 짊어지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는 게 뭐 별건가, 달콤한 기억하나 있으면 되는거지 뭐,
[튜브에서 배두나의, 중얼거림이 아릿하게 느껴지는 저녁이었습니다]